인생(52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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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력과 행복의 상관관계
늘 무엇인가 하려고 했다. 대학생 때는 학교 다니면서 알바를 했고, 졸업하자마자 독립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. 적은 월급이지만 돈도 모으고 틈틈이 자격증도 땄다. 그런데 돌이켜보면 드는 생각이 '나 지금까지 뭐한 거지?'였다. 아이러니하다. 매 순간 무엇인가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, 인생이 원래 이렇게 허무한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. 내 시간이 통째로 증발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. 분명 무엇인가를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,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려 해도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. 그때 들었던 생각이 '열심히 산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구나'였다. 어쩌면 노력의 방향이 잘못됐던 걸 수도 있다. 그렇다고 그 시간들이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.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이 방향이 아니라는 것도 몰랐을 테니까. 열..
2020.03.03 -
고통의 굴레
어릴 때부터 아픈 게 무서웠다. 아픈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겠지마는, 나는 좀 오버가 심했던 것 같다. 조금만 아파도 세상이 끝난 것 같고 그랬다. 그러나 인생은 끊임없는 고통의 연속이다.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고통을 피할 수 없었다. 다행히 죽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. 죽는 것도 엄청난 고통일 테니까. 대신 살면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아픔과 고통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커서, 불안장애가 생겼다. 멀쩡히 잘 살다가도 고통의 굴레에 빠질 때가 있다. 외적인 이유로 고통에 빠질 때도 있으나, 근본적으로는 내적인 이유가 큰 것 같다. 똑같은 상황이더라도 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, 환경이 불행의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. 결국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, 내가 처한 환경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..
2020.03.02 -
노동하지 않을 권리
노동이라는 행위가 중요하고 고귀한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. 그러나 노동하지 않는 시간, 노동하지 않는 인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은 많이 편협한 것 같다.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노동은 필수다. 선택이 아니다.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, 정말로 인간은 오직 '노동'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? 내 생각엔 아니다. 사색하고 쉬는 시간, 세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, 즉 인생의 '공백기'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. 무엇인가에 몰두해서 열심히 하다가도, 갑자기 멈출 때가 있다. '이 방향이 정말 맞는 건가?', '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?'. 갑자기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지배한다면 그때가 바로 쉴 타이밍이다. 흔히들 '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..
2020.03.02 -
우울증과 불안장애
정확히 몇 살 때부터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.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불안장애가 있었던 것 같다. 겉보기에는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. 아니,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다. 마음속은 타들어가도 옆에 있는 사람은 모를 테니까. 나 같은 경우는 증상도 참 다양했다. 어릴 때는 물이 없으면 불안해서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. 다행히 이 증상은 크면서 많이 나아졌다. 하지만 하나의 증상이 괜찮아지면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났다. 불안장애는 내 인생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쳤다. 그중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음식을 못 삼키겠는 증상이다. 일을 그만두고 쉬면서 아주 조금 나아지긴 했다. 밖이 아니라 집에서 먹으니까. (나는 외식이 너무 고통스럽다. 사람이 많은 곳에서 무엇인가를 삼키는 행위가 어렵다.) 그래도 아직 어렵다. 이 증상..
2020.03.01