비빌 언덕이 없다는 것
2020. 4. 13. 09:48ㆍ인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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흙수저라는 말이 유행이다. 썩 유쾌한 단어는 아니다. 하지만 흙수저의 서러움이 어떤 건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적이 많았다.
부당한 대우를 받고, 열정 페이를 강요당해도 꾹 참고 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. 노동의 서러움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, 비빌 언덕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생각했다.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. 다행히 아직까지 못 견딜 정도로 서러운 일을 당한 적은 없다. '나라면 저런 상황에서 견딜 수 있었을까?' 하는 장면들을 목격하면, 어쩐지 이 사회가 싫어졌다.
타지에서 생활하는 모든 이들이 존경스럽다. 숱한 고독과 외로움을 견디고, 또 가끔은 행복하기도 한 홀로서기가 버거울 때도 있었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것보다는 시도한 것이 나에겐 행운이었다. 경험이 자산이 된다는 말이 어떤 건지 알 것 같다. 시간이 더 흐르면, 훨씬 많은 경험을 한 내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.
영화에서처럼 큰 가방 하나 메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 막연히 내가 그리던 나의 모습이었다. 여행을 다녀본 적이 별로 없어서, 여행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었다.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.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, 내 몸 하나만 소유한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. 비빌 언덕은커녕 믿을 건 내 두 다리밖에 없을 때는 어떤 기분일까? 궁금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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