생각 없이 살기
잠깐이지만 자격증 취득에 빠졌던 적이 있다. 자격증 개수가 늘어날수록, 마치 내 존재를 인정받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.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,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을 수 있었으니 얻은 게 아예 없지는 않았다. 하지만 내적인 공허함을 채울 수는 없었다. 졸업증 한 장을 얻기 위해 수년을 갖다 바친다. 하지만 자격증으로도, 졸업장으로도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. 그럼 도대체 내 존재는 뭘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. 흘러간 시간들은 나를 대변해주지 못했다. 이 세상은 온통 증명할 것 투성이다.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더더욱 자신의 쓸모를 남에게 증명해야 한다.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너무나 숨이 막힌다. 그래서 세상을 보는 관점을 뒤집기로 했다. 사실 내 본질은 파충류나 ..
2020.05.15