동심(2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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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의 아이덴티티, 키덜트
내가 쓴 글들을 쭉 돌아보니 '어려서부터'라는 말을 굉장히 자주 쓴다는 것을 깨달았다. 글을 쓸 때면 유독 자전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. 내면의 어떤 것을 쥐어짜 내야 글이 써지는데, 나의 내면에는 아직도 아기가 살고 있는 듯하다. 옛날 감성에 멈춰있다. 어릴 때 듣던 만화 노래를 들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. 그런데 이런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. '키덜트'라는 말이 생긴 걸 보면 말이다. '키덜트'는 키드(kid)와 어덜트(adult)의 합성어이다. 보통 키덜트라고 하면 고가의 장난감들을 수집하는 이미지가 있는데, 난 그 정도는 아니다. 요새는 옛 감성을 소유하고만 있어도 키덜트라 부르는 것 같기도 하다. 아무튼 키덜트라는 말은 나에게 너무나 찰떡같은 표현이다. 키덜트는 나의 정체..
2020.05.12 -
동심으로 돌아가기
길을 걷다 학교 운동장이 보였다. 4월이 다 지나갈 무렵, 학생들의 활기로 넘쳐야 할 학교가 코로나로 텅 빈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. 운동장으로 걸어 들어가 풍경을 쭉 둘러보았다. 내가 다닌 곳은 아니지만, 학교의 구조가 비슷비슷해서 어쩐지 옛 생각이 났다. 어릴 때 내 집 같았던 정글짐이 이제는 너무 작아서 들어갈 수 없었다. 시소와 구름다리를 지나, 그네에 앉아 학교를 바라보았다. 그 순간만큼은 어릴 때의 나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. 사실 어릴 때의 나는 꿈 많은 아이가 아니었다. 오히려 지금이 더 하고 싶은 게 많다. 어린 시절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아서일까. 그때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현실적인 걱정으로 늘 괴로웠다. 걱정을 하나 안 하나 어차피 시간은 흐르는데도 말이다. 차라..
2020.04.24